[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한 번 개발에 실패한 치매 치료제를
개량해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되살린 사례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치매 치료 후보 물질인
'사일로이노시톨(scyllo-inositol)'은 뇌세포를 죽게 하는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단백질의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신장독성을 일으킨다는 것이 발견돼 개발에 실패했다.
▲정성기 교수
포스텍(POSTECH) 연구팀은
이 물질이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새 방법으로 찾아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 포스텍 화학과 정성기 명예교수, 융합생명공학부
김경태 교수팀은 뇌조직과 뇌모세혈관 사이에서 뇌를 지키는 혈뇌장벽(blood-brain-barrier)을 손쉽게 투과할 수 있는 약물전달체
기술을 이용해 사일로이노시톨을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사일로이노시톨이 신장독성을 보인 건 고농도 투여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혈뇌장벽 투과 약물 전달체를 이용하면 굳이 농도를 높이지 않더라도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농도 투여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개발된 AAD-66는 혈뇌장벽을 쉽게 투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여 농도를 10분의 1로
낮췄음에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동물의 학습과 기억능력을 회복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성기 명예교수는 "사일로이노시톨이 실패한 것은 약물의
농도를 높일수록 생겨나는 독성 때문이었는데, 혈뇌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약물 전달체가 이를 해결했고 그 결과 치료 효과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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