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주의·집중력 등의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는 연령 증가와 함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교육과 경제 수준, 영양, 배우자 동거 여부, 고혈압과 당뇨, 뇌혈관질환 등 혈액순환장애 유발 질환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
그런데 이제부터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유전 성향이 큰 것으로 알려진 키 역시 여성의 경우 노년기 인지기능 저하와 관계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대한예방의학회에 보고됐다.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김동현 교수와 박사과정 전선애 연구원 팀은 65세 이상 노인 남자 222명과 여자 224명 등 총 4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키가 작은 여성의 경우 키 큰 여성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3.0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조사 대상 남자들은 138∼178㎝ 사이로 평균 162.5㎝, 여자들은 최저 133㎝부터 최장 165㎝까지 평균 148.3㎝의 키를 갖고 있었다. 김 교수팀은 이들을 키 크기에 따라 25%씩 4등분해 키가 가장 작은 그룹을 A, 중간 그룹을 B와 C, 가장 큰 그룹을 D로 분류한 뒤 인지기능(MMSE) 검사를 실시하고 그 점수를 각각 비교했다.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MMSE 점수 18점 미만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치매 선별 검사로 흔히 사용되는 MMSE 검사는 총 30점 만점에 △24점 이상은 정상, △13∼23점은 경도인지장애, △12점 이하는 치매로 각각 평가된다.
조사 결과 남자의 경우 키가 작은 A그룹은 키 큰 D그룹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5.58배 높았다. 하지만 교육 수준, 배우자 동거 및 규칙적 운동 여부, 고혈압 등 기존 다른 위험요인을 혼란 변수로 보정하자 위험도가 뚝 떨어져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자들은 이 같은 혼란 변수 보정에도 불구하고 A, B 그룹의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키 큰 D그룹보다 3.04배나 높게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여자의 경우 키의 크기가 노년기 인지기능 저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전 연구원은 “성별에 따라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