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사입력 2007-04-17

4개 洞 통폐합… 남은 인력 47명 확보 독거노인·저소득층 등에 ‘맞춤형 지원’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김순복(94·가명) 할머니. 30년 넘게 혼자 살아 온 할머니는 거동도 불편한데다 치매까지 생겨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가 많다. 늘 외롭던 할머니에게 올 들어 말동무가 부쩍 늘었다. 동사무소 직원·통장·사회복지사 등이 매일 돌아가면서 찾아와 안부를 살피기 때문이다. 염리동사무소 한석구(31) 사회복지사는 “작년까진 서너 달에 한번 밖에 찾아뵙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했었다”며 “복지 담당 직원이 늘면서 방문횟수도 늘어나고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구(구청장 신영섭)가 행정 조직을 축소해 생긴 여력을 어려운 주민 복지에 투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는 올초 서울 시내 25개 구(區) 중 유일하게 동(洞) 통폐합을 단행해 기존 24개 동을 20개로 줄였다. 이후 축소된 4개 동사무소 직원 47명을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맞춤형 복지’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20개 전 동사무소에서 이전에 사회복지담당 1명이 담당했던 것을 3~4명이 ‘긴급 복지출동 SOS팀(주민생활지원팀)’을 짜 체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아들과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문희정(39·가명·아현동)씨도 복지출동 SOS팀의 도움으로 근심을 덜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문씨는 초등학생 딸의 등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공부도 돕지 못해 마음이 아팠었다. 하지만 아현동 복지출동 SOS팀이 문씨 가정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맞춤형 지원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복지출동 SOS팀 소개로 보건소에서 정신질환치료를 받고 있고, 매일 아침 사회복지 도우미나 사회복지 서포터즈들이 모닝콜을 해줘 아이들도 이젠 지각을 하지 않는다. 구청의 가사 도우미도 파견돼 문씨의 살림을 돕고 있다. 

마포구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5500명을 비롯해 혼자 사는 노인, 난치병 환자, 장애인 등 1만6110명을 집중·일반·단순 관리로 구분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펴고 있다. 긴급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 뒤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

이영복 주민생활지원과장은 “구청·동사무소 복지담당 직원이 늘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복지서비스를 분야별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주민에겐 알코올 상담센터를 연결해 전문 치료를 받게 하고, 그 자녀들의 학업도 돕는 등 다각도로 도움을 주는 식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겐 매일 안부전화를 하고, 복지센터의 목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시켜 준다. 저소득층에겐 자녀 교육 지원뿐 아니라 질병이 생길 경우 수술비 등 병원비 지원도 안내하고 있다. 최근 염리동에서는 복지출동 SOS팀장·사회복지사·지역주민·기업·지역단체가 자발적으로 주민생활지원 협의회를 만들어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

동 통폐합으로 남게 된 4개 동사무소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도화1동사무소엔 어린이도서실과 컴퓨터교실을 들이고, 아현2동사무소는 주민자치센터로 사용할 예정이다. 건물을 빌려 쓰고 있던 상수동사무소도 주민자치센터로 쓴다. 대흥동사무소의 경우 1·2층엔 마포치매센터를 만들고, 3층은 주민자치센터로 쓸 계획이다.

곽수근 기자 topgun@chosun.com